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소박한 성공방정식'
간판없이 '간판스타' 되다… 글로벌 CEO가 된 7人의 한국인들
영어 안되면 잘 들어주면 되고 비싼 물건 팔땐 일단 부딪치면 되고
"안되는게 어디 있니?" 패기로 이룬 성공신화
1990년 12월 말 미국 테네시주 뉴존슨빌 듀폰(Du pont) 공장. 검은 머리 동양인 공장장이 연말 파티에 모인 미국인 근로자와 그 가족들 수백 명 앞에 섰다. 준비한 격려사는 한 문장도 기억나지 않았다. 등줄기에 식은땀만 흘렀다. 부임한 지 100일도 채 안 되는 그는 이렇게 많은 미국인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이 난생 처음이었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올해도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연설은 생각나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두서없이 이어졌다. 연설을 끝내고 단상을 내려오니 셔츠가 다 젖어 있었다. 앞으로 이런 행사가 네 번 더 남았다.
하지만 웬일일까. 횟수가 늘수록 익숙해지더니 나중엔 농담도 섞어가는 여유가 나오지 않는가. "그렇다. 동양인도 서양 사람을 웃길 수 있다.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나도 그들의 리더가 될 수 있어." 김동수 듀폰 아시아·태평양 회장이 서양인에 대한 콤플렉스를 완전히 깨 버린 순간이다. 그는 1998년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듀폰의 아시아·태평양 회장이 됐다. 1만여 명의 직원을 통솔하는 자리다.
언어도 문화도 낯설고,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글로벌 기업. 그런데 여기서 서양인조차 오르기 힘든 자리에 한국인 스타들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한국이란 울타리를 넘어서 본사의 핵심 자리까지 진출한 글로벌 리더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위클리비즈는 글로벌 기업에서 탄탄한 위치를 굳힌 7명의 한국 기업인을 연쇄 인터뷰, 성공의 비결을 들어봤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글로벌 기업은 오히려 일할 만했다"고 말했다.
1995년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대표는 미국 저명대학 박사, MBA 출신과 함께 독일 뮌헨의 BMW 본사에서 면접을 보고 있었다. 고졸 출신이었던 그는 "방송통신대학을 다니고 있고, 앞으로 석사 학위도 딸 계획"이라며 학력 열세를 만회하려 애썼다. 하지만 속으로는 '난 들러리야'라며 이미 포기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김 대표가 선발됐다.
그는 나중에 BMW 관계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당신은 전에 몸담았던 제약회사(신텍스)에서 상당한 실적을 올렸는데 무슨 공부가 더 필요하죠? 당신이 왜 그렇게 공부를 더 하겠다고 주장했는지 다들 이상하다고 했죠. 학력은 그저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 ▲ 그래픽= 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세계적인 세라믹 소재 업체인 코닝(Corning)의 이행희 한국코닝 대표는 "글로벌기업은 오직 실적만으로 모든 걸 평가한다"면서 "힘들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입사해 지난 2004년 한국코닝 대표이자,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0여 명으로 구성되는 글로벌매니지먼트 멤버에 올랐다.
모든 한국인의 고민인 '영어 콤플렉스'에 대해 글로벌 리더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주눅들지 말라'는 것이다.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 이메이션(Imat ion)의 이장우 글로벌브랜드 총괄대표는 "많은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건 시험 치듯 하기 때문"이라며 "영어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일 뿐"이라고 했다. "어차피 내가 미국 사람보다 영어를 더 잘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글로벌 사회에선 많이 말하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실적 부진을 추궁받으면 난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죠. '날 믿어달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면 그들도 한발 물러섭니다. 그 다음엔 실적으로 보여주면 그만이죠. (웃음)"
한국인 글로벌 리더들은 '듣는 참을성과 태도'를 글로벌 리더의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구자규 GE헬스케어 아시아클리니컬시스템 사장은 매년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각국을 방문한다. 그런데 서양 문화권인 호주에 갈 때엔 다른 나라와 달리 사업 보고를 받기에 앞서 반드시 직원들과 1대1 면담부터 진행한다. 한 명당 30분씩 얘기하는데, 주로 듣는 데 치중한다. 보스와 만나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 서양인들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다음날 사업보고를 받을 때 훨씬 더 생산적인 업무지시를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상(賞) 받기 좋아하는 인도 직원들에게는 이런저런 상을 주어 격려한다. 그는 "여러 나라 사람들을 움직여 한가지 목표에 도달하게 하려면 마음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의 리더 하면 흔히 근사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핸섬한 신사가 생각난다. 하지만 한국인 글로벌 리더들은 오늘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럭셔리하고는 거리가 먼 치열한 과정을 밟아왔다.
이장우 대표는 영문과 출신인데, 3M에서 수세미 세일즈로 사회에 입문했다. 예전엔 마케팅이나 세일즈는 근처에도 못 가봤다. 그는 "경쟁사보다 6배나 비싼 수세미를 팔아야 하는데 첨엔 난감했다. 그만 둘까 생각도 해봤지만 일단 부딪치고 봤다"고 했다. 같은 거래처를 6개월 동안 12번 방문하고 주문을 딴 적도 있다. "세일즈는 거절을 극복하고 자신을 이겨가는 승부의 과정이었습니다. 그걸 뛰어넘는 순간 '이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지요."
김효준 대표는 "영어로 무장하고 토론 기술을 익히면 세계 도처에 할 일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남아 국내용, 내수용 인재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국제용으로 클 것인지는 철저하게 마음가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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